제주신문
오피니언시로여는제주아침
김영순의 '감마장길·5'
오승철  |  시인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4.02.27  18:28:3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시로 여는 제주아침(57)


겨울 어귀에선 꽃향유 다녀간다
가난한 눈망울들 불씨 몇 줌 건네듯

한 무리 말울음 끌고 연보라 다녀간다

동생은 아버지 간병 올케는 어머니 간병
그렇게 그들은 만나 민오름에 둥지 틀고
천생의 말테우리로 산마장을 지킨다

사람 배는 고파도 두 세 끼는 건넌다며
온 들녘 꼴을 베어 서너 채 노적가리
아버지 둥그런 말씀
소름 돋듯 별총총

-김영순의 ‘갑마장길·5’ 모두


조선 최대의 산마장이 ‘녹산장’이라면, 최고 품질의 말을 길러 냈던 곳이 ‘갑마장’이었다.

그 갑마장의 절반쯤 되는 세 시간 거리의 ‘쫄븐갑마장길’을 며칠 전 다녀왔다.
 
고갱이 남태평양의 타이티 섬으로 가는 대신, 행기머체-따라비오름-잣성-큰사슴이오름으로 이어지는 이 길을 걸었다면 그의 화풍이 어떻게 변했을까 라는 괜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시인의 동생도 산마장을 지키는 말테우리로 살아가나보다. 사람 배는 고파도 말의 배를 고프게 해서는 안 된다는 헌마공신 김만일의 DNA가 여태껏 그 후손들에게 흐르고 있는 까닭일 테다.

이제 새봄의 길섶에 들어선 갑마장이 야생의 말울음을 푸릇푸릇 갈아엎게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