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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의 들길에 서서시로 여는 제주아침168
나기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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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21  18:2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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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산이 흰 구름을 지니고 살 듯
내 머리 위에는 항상 푸른 하늘이 있다

하늘을 향하고 산림처럼 두 팔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이냐

두 다리는 비록 연약하지만 젊은 산맥으로 삼고

부절히 움직인다는 둥근 지구를 밟았거니……

푸른 산처럼 든든하게 지구를 디디고 사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이냐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 아래 사는 거룩한 나의

일과이거니
-신석정, ‘들길에 서서’ 전문

 

그 애와 나는 같은 학교 통학생이었다.  제주시 동문 노터리에서 탄 만원 버스가 삼양에 닿자 그 애가 내리고, 나는 봉峰 옆을 지나 다음 신촌에서 내렸다. 그 애는 말수가 적고 얼굴이 하얀 눈이 깊은 아이였다. 공부도 썩 잘하고, 그림도 잘 그렸다.

중3, 어느 휴일 날 나는 그 애네 집엘 갔다. 해수욕장 입구 길가에 있는 집은 바깥채의 초가삼간이 그 애의 방이었다. 그 애의 책상 뒤에 그가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 시가 붙어 있었다. 신석정의 ‘들길에 서서’란 시였다. 나도 그냥 좋았다. 특히 ‘지구를 밟다’는 표현이 더 그랬다. 그 애는 JRC(청소년적십자)에서 만난 소녀 얘기도 했다. 같은 고등학교에 가서 그 애는 문학 동인 ‘향원’, 나는 ‘호심’의 멤버가 됐다.

그 후 그 애는 미대에 가고 화가가 되어 서울에 살다가 불혹이 되어 귀향했다. 그 사이 그 애네 집은 사라지고 부모님도 돌아가시고, 그 애는 저기 서쪽 마을에서 여전히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며 산다. 강요배, 그의 그림에서 묻어나는 시정詩情은 오래전부터 마련돼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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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민
오래오래 '시로 여는 제주아침'을 열어주세요. 그래서 제주도가 더욱 아름답게...
고광민 드림

(2014-09-22 1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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