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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효환의 바이칼시로 여는 제주아침169
나기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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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9.22  18: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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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닮은 호수 아니
사람들이 바다라고 부르는 호수
파도치듯 물살이 넘실대는 저편으로

낡은 고깃배 한 척
우리가 있기 전에 우리가 오고
우리가 있기 전에 우리가 그리워한 곳
고비를 닮아가는 벌판 지평선 아래
운명에 깃들어 사는 사람들의
그 섬에 네가 있다
숨 쉴 때마다
거리거리마다 네가 있다
하여 나,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시 어느 높고 쓸쓸한 곳을 가야 한다면
나, 당신과 가야겠다
-곽효환, ‘바이칼’ 전문


지난 여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바이칼호수까지 가 보고 싶었으나 가지 못했다. 비행기로 중국 땅 위를 날아 한반도 북쪽 끝과 맞닿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가 거기서 기차로 출발하여, 몽골 위쪽 러시아의 바이칼호수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여정이다. 광복 이후, 우리는 북녘 땅을 거쳐 그 북방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소년 시절 읽은 춘원의 소설 ‘유정有情’에서 처음 바이칼을 알았다. 최석 선생이 남정임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밤 바이칼호수를 바라보며 쓴 편지는 또 얼마나 나를 아득하게 했던 것이랴. 그 소설은 거의 편지로 되어 있다. 그 무렵 김수용 감독의 영화 ‘유정’에 나온 신인 배우 남정임을 나는 또 얼마나 좋아했던 것이랴. 일제 강점기까지도 우리 문학의 공간은 이리 드넓었다.

내 피 속에는 늘 저 대륙, 고구려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게다. 평남 성천 출신의 남자와 신안주의 여자가 만나 나를 이루었다. 하여, 나 이제 여기 저 가시리쯤 초원으로 가리라. 사라오름 산정 호수에도 가리라. 가서, 우리 원적의 땅과 바이칼을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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