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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메이스필드의 바다에 몸이 달아시로 여는 제주아침176
나기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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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05  18: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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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겠네, 그 호젓한 바다, 그 하늘로,
내가 원하는 건 오직 키 큰 배 한 척과 방향을 잡을 별 하나,
그리고 키바퀴에 오는 저항과 바람소리, 떨리는 흰 돛,

그리고 해면의 뽀얀 안개와 뿌옇게 동트는 새벽뿐.

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겠네, 흐르는 호수의 부름소리
사납게 뚜렷이 들려와 어쩔 수 없으니.
내가 원하는 건 오직 흰 구름 흩날리고 물보라 뿌리고
물거품 날리는 바람 세찬 날, 그리고 갈매기의 울음소리 뿐

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겠네, 그 떠도는 집시의 생활로.

갈매기 날고 고래 다니는 그 칼날 같은 바람부는 바다로.
내가 원하는 건 오직 껄껄대는 방랑의 친구놈이 지껄이는 신나는 이야기와
오랜 일 끝난 후에 오는 편안한 잠과 달콤한 꿈일 뿐.
-존 메이스필드, ‘바다에 몸이 달아’ 전문


이런 시는 바다 곁에 사는 이보다 바다 옆에 있다가 바다 없는 데로 가 사는 이에게 더 절실할 듯하다. 얼마 전 우당도서관의 초청 강연에서 작가 현기영 선생이 강연 끝에 이 시를 읽었다. 고교 졸업 후 섬을 떠난 그이에게 고향은 늘 바다가 아닐까. 그의 산문집 제목도 『바다와 술잔』이다. 그러니, 고2 때, 제주시의 서쪽 이호에 사는 같은 반 친구네 집 바닷가에서 오차 컵으로 처음 소주를 먹던 생각이 난다. 그 때 나는 이것과 평생 함께 하게 될 걸 예감했다. 고교 때, 동아판 세계문학전집에서 처음 이 시를 읽었다. 그 후 바다 곁을 떠난 적이 없어 이 시는 내게 덜 절실하다. 섬을 떠난 이들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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