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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녀, ‘여자, 여자, 여자’ 전문시로 여는 제주아침185
나기철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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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0.20  18: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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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깊은 숨소리가 그녀의 온몸을 읽고 있습니다

열아홉 봄은 그녀 바다에 핀 꽃이었습니다
스물 봄은 그녀 몸에 여자가 피었습니다.

스물하나 봄은 그녀 몸에 바다를 닮은 남자가 피었습니다
스물둘 봄은 그녀 몸에 모자반 꽃망울 피었습니다
스물셋 봄은 그녀 몸에 해파리별들 마구마구 피었습니다

이제, 칠순 봄 그녀 몸에서는 방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서도
출렁출렁 바다우물 속 샘물 피워내고 있습니다

그녀가 부르던 숨비소리가 쌓이고 쌓여 그녀만의 섬 하나
지어놓았습니다
-김길녀, ‘여자, 여자, 여자’ 전문

 
그녀들에게 여자, 여자, 여자, 라고 찬사를 보내고 싶다. 어떻게 그 여린 몸으로 그 험한, 죽음과 맞닿아 있는 곳에 첨범첨벙 뛰어들 수 있단 말인가. 뛰어들어 숨을 참으며 그 깊은 바다 속에 이를 수 있단 말인가. 이르러서 바다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스물이 되자 그녀에게도 여자가 오고, 남자도 오고, 그렇게 다른 여자들과 꼭 같았다. 열아홉 나이에 바다의 여자가 된 뒤, 이제 칠순까지 쉰 해. 그녀가 토해낸 숨비소리는 쌓이고 쌓여 이제 섬 하나가 되었다. 이 땅의 모든 그 여자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그녀만의 섬 하나씩을 만들어간다. 수없이 많은 그녀의 섬들이 바다를 가득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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