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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나무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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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08  17: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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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나무 봄 촉에 애틋함을 엮어서
내 힘껏 시위를 당겨 그대에게 보냈지만
애당초 글렀습니다

달뜬 봄을 눅이기엔

허투루 맨 마음 한 폭
맥없이 찢어지고
쏜살같이 날아가서 빗맞은 과녁에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이 휘갈겨 쓴 욕심뿐

저무는 산허리엔 영산홍 지천인데

들창을 반쯤 열다 군불을 지펴 놓고
비긋는 어둑 저녁이
시리도록 씁디다

-정용국의 ‘화살나무 편지’ 모두

제주의 오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화살나무.
달포 전 쯤 무수한 촉을 쏘아 올리더니 초록도 아니고, 노랑도 아닌 자그마한 꽃들이 점화되기 시작했다.
손택수 시인은 화살나무를 일컬어 ‘자신의 몸속에 과녁을 갖고 산다’고 했다. 살아갈수록 중심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는 동심원, 그 나이테가 과녁이라는 것이다.
정용국 시인도 화살나무의 봄 촉에 그리움을 붙여 그대에게 힘껏 시위를 당겼지만, 달뜬 봄을 눅이기엔 너무 늦었다.
그러나 그 촉이 내 가슴에 돌아와 박혀 초록도 아니고 노랑도 아닌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오승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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