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오피니언시로여는제주아침
수흐바트르 광장에 앉아
제주신문  |  jejupress@jejupres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5.15  17:26:4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수흐바트르 광장에 앉아

화요일에 태어난 아이와
토요일에 태어난 아이 그리고 나
셋이 웃는다

화요일햇빛 토요일햇빛 그 이름으로 살아갈 누리
길어 여든 짧아 서른인데
어버이들은 어찌 명줄 오랠 일만 걱정했던가
십대 이후 나는 자주 불행했다
길게 흩어 태웠던 소총 화약 매운 연기처럼
좁은 허파꽈리 속으로 들썩이던 슬픔
미끄럼틀 위에서 미끄러지던 정치에 불행했고
비루하던 치정에 불행했다
자주 불행했던 나와 자주 불행할 몽골 아이 둘이
함께 소젖차를 마시노라니
벅뜨항 산 위로
오갈 데 없이 머문 구름
제 혀 끝을 씹는 매화
낭자한 핏발.

-박태일, ‘수흐바트르 광장에 앉아’ 전문

 

몽골에 간 시인은 수도 울란바토르의 중심 수흐바트르 광장에서 그 곳 사람 둘과 함께 있다. 그들 이름은 우리말로 ‘화요일햇빛’, ‘금요일햇빛’인데, 화요일과 금요일의 거리처럼 인간의 삶도 30이나 80이나 그게 그거다.

그는 이 드넓은 시원(始原)의 땅에 와서 비로소 삶을 깨우친다. 어쩔 수 없는 친연감, 나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모습이다.

십여 년 전 여름, 여럿이 울란바토르 공항에 도착하여 증축하기 전의 우리 광주 공항만 한 청사를 나오자, 김광림 시인이 “꼭 김천 쯤 온 거 같네“ 하시던 것과 언덕의 코스모스들. 김천 쯤이었던 거기가 지금 변했을까. 단출하지만 불행하지 않게 보였던 그들이었다.
오승철 시인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제주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3113)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공로 9-1(도두일동)  |  대표전화 : 064)744-7220  |  팩스 : 064)744-7226
법인명: ㈜제주신문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제주 아 01014   |  등록일 : 2007년 2월 12일  |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부임춘
청소년보호책임자 : 부임춘
Copyright 2011 제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press@jeju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