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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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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7  16: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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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원에서


살아 있는 채로
하루를 묻어버렸다

땀의 뿌리는
인부들의 등 뒤에서 싹트고
밀감상자를 나르다
허리를 펴면
돌담 너머 세렉스, 경운기들이
삶의 재고품으로 줄지어 있다
나의 손은
농부의 손으로 바뀌지 못하고
바람은
바람의 자식을 나뭇가지에만 매단다
(하략)

-허은호의 ‘과원에서’ 일부

이 시는 감귤값이 폭락한 어느 겨울, 어느 과원의 풍경이다.

돌담 너머 세렉스, 경운기들이 삶의 재고품처럼 보이는 날,

‘농부의 손’이 되지 못한 자신의 모습도 세상의 재고품이라는 성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 이승을 뜬 ‘무당벌레와 웃다’의 시인아, 모든 회한 내려놓고 이제 웃으시라.
 
오승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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