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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6  16: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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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 명창

죄는 다 내가 지마 너는 맘껏 날아라

진초록에 끼얹는
뻐꾸기
먹빛

소리

외딴집 낡은 들마루

무너져 앉은
늙은 아비

-김일연의 ‘명창’ 모두

‘탁란(托卵)’이란 말이 있다. 남의 둥지에 자신의 알을 낳고 위탁해 키우는 것을 일컫는다. 뻐꾸기는 탁란하는 대표적인 조류다.

뻐꾸기 입장에선 탁란이 세상을 살아가는 생존전략일 테지만, 가짜 어미 새에겐 분명히 큰 죄를 짓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의 부모들은 ‘죄는 다 내가 지마 너는 맘껏 날아라’고 외치는 것이다.
뻐꾸기 소리는 가짜 어미 새의 품에 안겨 자라는 자신의 새끼에게 부모가 곁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절절한 노래다. 이보다 더한 명창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대가 진초록으로 그리운 날은 봄의 들녘에 초대된 명창의 먹빛 소리에나 귀를 맡겨야겠다.

오승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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