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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내린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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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7  18: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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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밥그릇에
빗물이 고여 있다
흙먼지가

그 빗물 위에 떠 있다

혓바닥이 닿자
말갛게 자리를 비켜주는
먼지의 마음, 위로
퉁퉁 분 밥풀이
따라나온다

찰보동 찰보동
맹물 넘어가는 저 아름다운 소리
뒷간 너머,

개나리 꽃망울들이
노랗게 귀를 연다

밤늦게 빈집이 열린다
누운 채로, 땅바닥에
꼬리를 치는 늙은 개
밥그릇에 다시
흙비 내린다

-이정록의 ‘봄비 내린 뒤’ 모두

가장 아름다운 소리는 불협화음에서 우러나온다고 했던가.
개 밥그릇도 더러운데 그 물 위에 흙먼지가 떠 있고, 퉁퉁 분 밥풀을 찾아 개 혓바닥이 닿는 소리가 ‘찰보동 찰보동’이라니!
마치 봄비가 징검다리처럼 실로폰을 통통 건너는 소리 같고, 첫사랑 순이가 달빛에 오르간 건반을 누르는 그 소리 같지 않은가.
찰보동 찰보동 그 맑은 소리 들으려 개나리가 노란 귀, 동백은 붉은 귀, 조팝은 하얀 귀를 열었을 게다.
늙은 개가 맹물 한 모금 마시려 움직일 땐 쉿! 우주여 조용하시라. 오승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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