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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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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0  15: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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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취인 불명으로 돌아온 엽서 한 장

말은 다 지워지고 몇 점 얼룩만 남아

이른 봄 그 섬에 닫기 전, 쌓여있는 꽃잎의 시간.

벼랑을 치는 바람 섬 기슭에 머뭇대도

목숨의 등잔 하나 물고 선 너, 꽃이여

또 한 장 엽서를 띄운다, 지쳐 돌아온 이 봄에

-이승은의 ‘동백꽃 지다’ 모두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다는 청마 유치환의「행복」은 이제 국민애송시가 되었다. 며칠 전, 이 명시의 산실인 통영중앙동우체국에 들른 적이 있었다. 청마가 이 우체국 창가에서 그리운 이에게 보낸 편지가 무려 5,000 여 통이라고 한다. 비록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도 받아줄 상대가 있으면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의 상대는 수취인 불명이다. 엽서가 비록 ‘말은 다 지워지고 몇 점 얼룩만 남’아 돌아온다 해도 ‘목숨의 등잔 하나 물고’ 다시 엽서를 보내겠다는 무모한 그 사랑이 숭고하기까지 하다.
동백이 불을 끄는 이 계절, 문득 꽃 한 송이 손에 들면 ‘청마우체통’에나 넣을까나. 오승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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