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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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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8  11: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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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배미 길 질컥질컥해서
오늘도 삭신 꾹꾹 쑤신다

아가 서울 가는 인편에 쌀 쪼깐 부친다 비민하것냐만 그래도 잘 챙겨묵거라 아이엠 에픈가 뭔가가 징허긴 징헌갑다 느그 오래비도 존화로만 기별 딸랑하고 지난 설에도 안와부럿다 애비가 알믄 배락을 칠 것인디 그 냥반 까무잡잡하던 낯짝도 인자는 가뭇가뭇하다 나도 얼릉 따라 나서야 것는디 모진 것이 목숨이라 이도저도 못하고 그러냐 안.

쑥 한 바구리 캐와 따듬다 말고 쏘주 한 잔 혔다 지랄 놈의 농사는 지면 뭣하냐 그래도 자석들한테 팥이랑 돈부, 깨, 콩 고추 보내는 재미였는디 너할코 종신서원이라니… 그것은 하느님하고 갤혼하는 것이라는디… 더 살기 팍팍해서 어째야 쓸란가 모르것다 너는 이 에미더러 보고 자퍼도 꾹 전디라고 했는디 달구똥마냥 니 생각 끈하다.

복사꽃 저리 환하게 핀 것이 혼자 볼랑께 영 아깝다야.

-이지엽의 ‘해남에서 온 편지’ 모두

수녀가 된 딸에게 노모가 보내는 편지글 형식의 사설시조다.
나이 먹을수록 어머니와 딸 사이는 흉허물 없다는데, 소주 한 잔 했다는 핑계로
조근조근 삶의 애환을 감칠맛 나게 담아냈다.
가족들이 다 떠났는데 눈치도 없이 저리 환하게 피는 복사꽃이라니! 오승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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