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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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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0  14: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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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그렁 매달아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 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새 십오 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것이다
그러기에 봄이면 새순도
담장 너머 쪽부터 내밀어 틔워 보는 것이다

-이재무의 ‘감나무’ 모두

운명적이란 말은 동물보다는 식물에 더 가깝다.
한 삼십년 같이 살다가 사람은 야반도주하듯 떠날 수 있지만,
감나무는 늘 그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감나무 아래엔 고무줄을 묶어 놓고 놀던 어린 계집아이가 있을 거고
하루하루 익어가는 감에 눈길 주던 오래비도 있을 거고
누가 만들어 주었을까. 감꽃목걸이 몰래 방에다 걸어 놓은 언니도 있을 거다.
감나무 가지 위에 걸린 둥근달을 보며 막걸리 한 사발 들이키는 또 어느 집 가장도 있을 테다.
그래 감나무는 그게 그립고, 저를 이곳에 심어놓고 떠나간 가족의 안부가 그리운 것인지도 모른다.
식물은 담장 너머 동물보다 더 오래 기다린다. 오승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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