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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31  14:4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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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오던 꽃이 올해는 오지 않는다
꽃 없는 군자란의
봄이란

잎새 사이를 내려다본다

꽃대가 올라왔을
멀고도 아득한 길
어찌 봄이 꽃으로만 올까마는
꽃을 놓친
너의 마음이란

봄 오는 일이
결국은 꽃 한 송이 머리에 이고 와

한 열흘 누군가 앞에
말없이 서 있다 가는 것임을

뿌리로부터
흙과 물로부터 오다가
끝내 발길을 돌려
왔던 길을 되짚어 갔을
꽃의 긴 그림자

-고영민의 ‘적막’ 모두

장맛비로 가끔 오름 등반을 거르는 날이 있다.
이런 날 빗속에 갇혀 ‘적막’하게 있다가 이 시 ‘적막’을 만났다.
‘봄 오는 일이/ 결국은 꽃 한 송이 머리에 이고 와/ 한 열흘 누군가 앞에/
말없이 서 있다 가는 것‘인데 올해는 무슨 연유인지 그 꽃이 오지 않고 있다. 나의 잘못으로 인해 혹여 오다가 끝내 발길을 되돌려 가지는 않았는지멀고도 아득한 길을 걸어 내게 온 꽃이 옆에 있는데 나는 그 꽃을 피워 주지 못한 것은 아닌지.오지 않는 꽃 한 송이 앞에서 캄캄해진다.그래. 이왕이면 더 적막해지자.내년 봄은 또 올 터. 꽃으로 부터 올 터. 오승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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