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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평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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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3  12: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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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철 밥상 위에
산수국도 피었다

오늘은 헛꽃에 홀려
그대 생각에 홀려

한동안

꽃그늘 아래
만 평 집을 짓는다

-장영춘의 ‘만평 밥상’ 모두

장마철, 바야흐로 산수국의 계절이다.
며칠 전, 어느 소설가가 <사려니숲>에 핀 산수국을 보고 ‘아, 이 꽃 하나 본 것만으로도 제주에 온 것 본전을 다 뽑은 것 같다’고 연신 감탄사를 날렸다.
산성이 강한 땅일수록 진한 청보랏빛으로 피어나는 이 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자리를 두른 헛꽃으로 벌 나비를 홀린다. 진짜 꽃은 보잘 것 없는 작은 알갱이들로 이루어져 이 헛꽃으로 호객을 하는 셈이다. 일단 수정에 성공하면 이 헛꽃은 제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홀랑 몸을 뒤집고 만다.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걸 스스로 아는 것이다.
시인도 그러한 헛꽃에 홀렸나보다. 밥상머리에서도 그대 생각뿐이다. 그 그리움의 넓이가 팔 벌려 환산하면 족히 만평은 넘는 다는 것이다. 만평 밥상을 받은 시인아, 비록 헛꽃일지라도 무엇엔가 홀려 있다는 것이 얼마나 설레고 아름다운가. 오승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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