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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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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4  15:3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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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 몇 해던가 따위

철없이 부르고 싶은 때가 있다

서울에서 죽은 시인의 고향으로

길게 울고 가는 텅 빈 객차 한 칸

-서정춘의 ‘하모니카’ 모두

요즘이야 어디 그러랴만 불과 30~40년 전만해도 기타는 ‘로망스’ 정도는 쳐줘야하고 하모니카는 ‘오빠생각’ 정도 불어줘야 청춘이었다.
그런 날들을 다 살아온 시인은 죽은 시인을 조문하러 시인의 고향으로 내려간다.
나팔바지에 장발머리를 휘날리던 한때의 젊음들이 이제 타향살이 몇 해던가 따위의 노래에 기대어 기차를 탄다.

하모니카의 마우스피스 한 칸 한 칸이 기차의 객차 같다.
“도” 라는 기차 칸에는 그 옛날 단발머리가 고왔던 순이, 분이쯤이 앉아 있고.
“레”에는 동구 밖 아카시아 꽃이 피어 있을 듯 하고.
“미”에는 참기름병 삐져나온 보따리 묶음들이 기차 선반에 얹어 있고.
“파”에는 교련복 입고 각반에 탄띠를 맨 피 더운 젊음이 각 잡혀 있고.
솔, 라, 시, 도. 많은 추억들이 기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한 숨, 한 숨 하모니카 소리를 내며 오르락내리락 거린다.
타향살이 몇 해던가 손꼽아 헤어보니 고향 떠난 십여 년에 청춘만 늙어….
나의 객차 한 칸도 간다. 오승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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