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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의 망령
서현석  |  webmaster@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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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4.2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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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입후보자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이들끼리의 접전은 불꽃을 튀기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가려야 할 유권자들의 관심은 심드렁하기 짝이 없다. 시도 때도 없이 치러지는 선거도 그렇거니와 언제나 그 나물에 그 밥이더라는 생각 탓이다. 길거리에 내건 현수막에는 변화와 개혁의 문자가 큼지막하건만 때만 되면 보이는 글자라는 의미 외에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탓이다.
네거티브 전략이 선거의 승패를 가름한다. 말로는 정책선거를 부르짖으면서도 뒤돌아서면 상대방의 흠집을 찾아내고 부풀리기에 혈안이 되는 현실. 어차피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임을 외치는 사람이거나 듣는 사람이거나 동감하는 일 아니던가.

해마다 투표율이 떨어진다. 그러니 추종자가 많고 인기에 영합하는 자들이 당선되기 십상이다. 자질 미달, 함량 미달의 사람을 투표로써 떨어트리는 심판을 해야 유권자가 무서운 줄을 알 텐데도 그런 꼴이 보기 싫다고 외면하면 정작 좋아하고 이득을 보는 건 바로 입후보자들이다.
큰 잘못을 저지르고 거짓말을 했던들 아니라고 우기고, 버티다보면 이내 잊어버리고 마는 유권자의 의식을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치인만이 아니라 기업이든, 행정이든 지도자들은 부조리와 거짓말에 익숙하고 능숙한 사람들이 행세하고 득세하는 세상이 되어버리지나 않을까 모를 일이다.
음주운전을 하는 사람은 면허취소를 받아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면을 해줄 것을 믿고 있기에 그렇다. 수십억, 수백억을 삼킨 통 큰 정치인이나 기업가도 마찬가지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사면이 되고 복권이 될 줄 믿는 탓이다. 때문에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그것을 후회하기 보다는 걸려든 사실을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는 도덕 불감증은 이제는 치료 불가능한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다.
세상은 온통 장밋빛이고 무지갯빛이다. 단, 선거 때만.
입후보자들이 저마다 마구 쏟아냈던 그 공약들을 4년이 자난 후에 되짚어 준 언론이 있었던가? 그것은 이미 지난 일로 치부해 버리고 언론은 또 새로운 약속을 전달하기에만 바쁘다. 그러니 무서울 게 없다. 그저 어떻게든 당선만 되고나면 임기는 보장되고 나리 소리를 들으며 명예와 권력을 누릴 수 있으니 최고의 선거 전략은 포퓰리즘과 네거티브가 될 수밖에 없다.
해가 갈수록 투표를 하고픈 마음이 사라져간다. 주어진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이 못내 싫어서 투표장으로 가면서도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돼!’라는 확신을 가져보질 못한다. 유권자의 잘못이라면 그들의 약속이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보다는 이번에는 지켜질 테지 하는 막연한 희망을 늘 가졌던 것과 이래저래 얽히고설킨 인연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본질은 입으로만 모든 걸 해결하려는 정치인들에게서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식상함이다.
어김없이 포퓰리즘의 망령은 또 살아나고 있다.
그 망령을 쫓아내는 부적은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내가 기표하는 한 표가 부적이다.
정실에 얽매이지 말고 잘못한 사람에게는 패배를 안겨주고 정말 미더운 사람에게 표를 던져주는 심판이면 된다. 정말 미더운 사람이 없다면 그나마 미더운 사람이면 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택하는 것이 옳다. 기권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만을 포기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미래까지도 포기하는 것임을 생각해 본다.<서현석/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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