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새별오름 일대에서 '2023 제주들불축제'가 3일차 행사가 진행됐다. 사진은 '화합과 소통'을 상징하는 제주도내 읍면동 연합 풍물대행진. 사진=전아람 기자

[제주신문=전아람 기자] 4년 만의 정상축제 개최로 기대감이 모아진 2023 제주들불축제가 핵심 행사인 ‘오름불놓기’가 전격 취소되며 반쪽 짜리 행사로 마무리됐다.

 강병삼 제주시장이 지난 10일 긴급브리핑을 통해 전국에 내려진 산불경보 ‘경계’ 단계로 인해 올해 오름불놓기, 제주화산쇼 등 불관련 행사들이 모두 취소됐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며 ‘경계’단계가 발령된 상황에서 제주만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산림청의 통보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강풍이나 우천으로 연기된 전례처럼 축제연기 가능성도 이야기됐으나 제주시는 산불위험 집중관리기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를 연기하기 보다는 취소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 때문에 축제의 하이라이트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돼 당초 40만 방문객을 바라보던 축제가 관람객수가 예상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들불축제’라는 타이틀에도 불놓기 행사들이 취소돼 관람객들로부터도 호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11일 행사장을 찾은 도민 A씨는 “불놓기 행사가 취소된 줄 몰랐다. 대충 구경만 하고 돌아가려 한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오름불놓기 행사를 영상에 담기 위해 대기하던 외국인 관광객 B씨도 “불놓기 행사를 기대했는데 아쉽다”며 소감을 전했다.

 불놓기 프로그램이 취소된 소식이 사전에 알려지자 축제장 방문 계획 자체를 접은 도민들도 있어, 축제장 인근에서 빚어지는 교통체증현상도 예년에 비해 심하지 않았다.

 제주들불축제의 불놓기 행사가 취소된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1년 구제역 파동, 2020년 코로나19, 2022년 강원지역 대형산불로 인해 전격 취소된 바 있다.

 문제는 제주들불축제가 매년 산불위험이 높은 시기에 개최되면서 ‘오름불놓기’ 취소가 반복돼,축제 자체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의 전통 들불놓기(방애)를 재현한 콘텐츠로 전국 대표축제로 자리매김했기에 ‘들불놓기’를 지속하려면 개최시기를 바꾸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환경단체들로부터는 오름에 불을 피우는 행위가 기후위기 시기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들불축제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